수능예비소집일은 남·녀 단체미팅일 인가
공무원 편의주의발상 깨야
전국 동시에 치러지는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이 하루 전날인 7일 오후 2시에 있었다. 영천지역 예비소집은 이날 모두 영천여고에서 남·여 동시에 수험표를 교부 받았다. 805명의 지역 남·여 고3수험생과 일부 학부모 등 모두 1000여명이 한꺼번에 여자고등학교에 집합했다.
통상 예비소집은 수험생이 수험표를 교부받고 자신의 고사장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다. 따라서 자신의 고사장에서 통상 예비소집을 하고 고사장 확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천지역은 고사장이 영천고등학교와 영천여자고등학교 두 곳이다. 그러나 이날 예비소집은 어찌된 영문인지 지역의 모든 남자 수험생이 모두 영천여자고등학교로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수험표를 교부받은 남학생들은 다시 자신의 고사장을 확인하기위해 2중으로 불편을 격어야 했다. 물론 따라온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더 심각한 것은 예비소집을 여학교에서 남·여 동시에 치르다보니 화장실 사용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느닷없이 여자 화장실에 남학생이 들이닥쳐 여학생이 혼비백산을 했다는 것이다.
한 여자수험생의 학부모는 이날 “자녀가 화장실 사용 후 갑자기 들어온 남학생 때문에 놀란 나머지 진정제를 사 먹여야 했다.”며 흥분했다. 이 학부모는 또 “더군다나 시험을 하루 앞두고 수험생이 민감한 시기여서 더 걱정이 된다.”며 예비소집 남·여 분리를 주장했다.
영천지역은 영동고, 금호공고, 경북영광학교, 영천고 등 10개 학교 수험생 모두가 이날 영천여고에서 예비소집을 가졌다.
이러한 불편사항이 영천에서 처음 수능시험이 치러진 2006년 첫해에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예비소집 영천본부(총괄책임 영천여고 교감)는 매년 꾸준히 이 같은 불편사항을 도교육청에 건의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매년 이러한 사항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기에 대해 도교육청 한 장학사는 시험 감독관을 맡은 선생님들의 업무가 과중해 불가피한 사항이라는 옹색한 답변을 내 놓았다.
예비소집에는 2시간 남짓 시간이 소비된다. 투입되는 인력도 7~10명이 고작이다. 그것도 예산은 기존 선생님들의 수업업무의 연장으로 단 한 푼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805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이 같은 불편을 위해 10명의 스승이 단 2시간도 내어줄 수 없다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러고도 스승임을 자부하는가! 도교육청은 그렇다 치자 지역의 정치인과 교육 관계자들도 매년 되풀이 되는 이러한 현상에 나 몰라라 한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알면서도 수년 동안 수수방관했다면 지역 교육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거울이다.
영천과 같은 남·여 합동예비소집 지역이 군위, 청송, 고령, 울진 등 11곳이 더 있다. 이것이 비단 우리 영천지역에 국한된 것은 아닌 듯싶다. 해당지역 자치단체에서도 연대하여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 목소리를 내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다행이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남·여 분리는 물론 출신학교별 예비소집이 가능 하도록 하겠다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더라도 내년에는 고쳐진 외양간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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