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볼모로 잡힌 자녀 때문에
4월 초에 취재차 지역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먼저 학교장을 만나기 위해 교장실을 방문했으나 자리에 없어 행정실로 발길을 옮겼고 다음으로 교무실을 방문했다.
이런 와중에 참으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먼저 행정실에서 교장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취재를 위해 담당교사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지만 행정실에 앉아있는 5명의 직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오히려 하대에 화만 났다.
다음으로 교무실에서는 취재차 담당교사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첫 마디가 “왜요”라는 것이다.
이런 웃지 못 할 이야기를 몇몇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하자 우스갯소리로 “우리는 학교에 큰 약점이 잡혀 있다. 내 아이들이 볼모로 잡힌 학교에 우리는 기분이 나빠도 그냥 참는 것이 현실이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쉽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지금 지역의 학부모들은 이런 일들을 얼마나 많이 겪을 것인지 생각하니 가슴만 답답해져 온다.
지난 2010년 9월1일 우은복 교육장이 취임하면서 교육지원청은 서비스를 담당하는 곳이며 역지사지 입장에서 민원인인 학부모, 교원, 학생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육장의 강한 의지 때문인지 영천교육지원청은 예전의 상급기관처럼 군림하는 모습과 명령조의 말하는 모습이 많이 사라지고 없다. 그러나 최일선의 학교에서는 자녀를 맡긴 학부모들은 큰소리를 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인지 고압적인 자세가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학부모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이런 식의 태도와 말을 하는데 학부모들에게는 어떻게 행동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학교가기가 겁이 난다. 학교관계자들의 말 한마디에 우리 학부모들은 상처를 받고 많은 고민을 하는데 함부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4일과 6일 지역의 대표적인 관공서인 영천시청과 영천경찰서에서 가슴 따뜻한 모습을 보았다.
지난 4일 영천시청을 방문한 60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신들의 불편한 사항을 담당부서에 이야기하고 차한잔을 대접받고 웃으면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6일에는 영천경찰서가 눈물바다가 됐다. 다름 아닌 불의의 사고로 젊은 경찰관이 우리 곁을 떠나는 날, 어느 시골 촌로가 쓴 편지 한통이 도착했다.
내용인즉 올해 초 아픈 몸을 이끌고 길을 가는 자신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태워주며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 준 어느 경찰관을 잊지 못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는 내용인데 온정을 베푼 경찰관이 바로 고인이 된 경찰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관공서는 시대에 발맞춰 변화의 중심에서 서비스 행정을 펼치는 반면, 최일선인 학교는 언제쯤이나 학부모들이 편안하게 웃으면서 방문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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