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고 공기 좋은 청정지역…6·25격전지로 유명
신녕면 화서마을
“우리 마을은 갑령재(갑티재)를 끼고 있는 고지대 마을이라 어느 촌마을보다 공기가 좋고 물도 좋고 오염이 덜 된 곳이라고 자부합니다. 기자님도 여기 오면 잘해 줄테니 이사 오소.”
우스갯소리를 보태며 마을자랑을 늘어놓는 새마을지도자 장화복(73)씨의 마을소개 한마디이다.
여기 물이 흘러 위로가면 낙동강이, 아래로 가면 금호강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신녕면 화서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촌마을로 군위 고로면과 접해있다. 신녕면 전체에서는 북서부에 위치, 국도 28호선과 지방도 908호선이 지나고 중앙선철도가 화서리를 가로지르며 놓여있는 정겨운 풍경도 볼 수 있는데 2012년 8월에 이곳 철길건널목 일대에서 영화 ‘신세계’의 촬영이 있었고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었다.
화정(花亭), 도구이 혹은 도근(道斤)이라는 두 개의 자연부락이 합하여 된 마을이다. 도구이는 임진왜란 당시에 성주 이씨들이 난을 피하기 위해 들어와서는 정착하여 대를 이어 살고, 화정은 400여 년 전 이씨 선비가 지금의 마을보다 북쪽인 현 화곡지(花谷池)밑에 살기 시작하였으며 역시 임란때 인동장씨들이 북쪽 골짜기로 들어가 난을 피한 후 현재의 마을로 내려와 경주 이씨들과 같이 개척했다고 전한다.
진달래가 많기에 화정(花亭)이라 했었는데 일제때 화산(華山)의 서쪽에 위치하기에 화서라고 불렀고 다시 새도로명에는 화정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다는 마을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58가구, 100여명 남짓 되는 주민들이 사이좋게 살고 10가구가 마늘을 재배하고 거의 콩, 참깨, 고추 같은 밭작물을 키우며 귀농인이 3가구이다.
신녕면 화서리 이숭정 이장(좌)과 주민
정월대보름날에 동민들이 어울려 줄다리기를 한판 벌이고 난 뒤 마을의 느티나무에 술을 한잔씩 치고 있다. 400년 이상의 수령으로 추정하고 있는 마을의 노목은 긴 세월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고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숭정(71)이장은 “마을동제는 음력 7월 칠석날 마을위쪽의 산아래에서 지내고 있고 5월 어버이날 행사는 신녕면에서 경로잔치를 열지 않는 해에 격년으로 조촐하게 마을잔치를 연다.” 고 했다. 또 “삼복날 회관에서 백숙을 만들어 모두 모여서 나누어 먹으며 1년에 1, 2회 정도는 어르신들 온천여행도 모신다.”고 말했다.
노인회장 이억조(79) 씨, 부녀회장 이명순(57)씨가 마을의 살림을 돕고 있는데 특히 이명순 부녀회장은 영천시 귀농인 협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고 마을입구의 ‘청계원’이라는 농장을 운영하며 유정란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마을 경로당에 수시로 유정란을 가져와 어르신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며 지극한 관심을 보인다고 마을어른들의 자랑이 자자했다.
주민 장병돈(76)씨는 공직에서 퇴직한 후 노후를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돌아와 집을 짓고 있었는데 회관 앞 부지를 마을주차장으로 기증해 또한 주민들이 입을 모아 고마워하고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면 잘 보이는 위치에 남강정(南岡亭)이라는 정자가 눈에 띤다. 철종때 지은 것으로 90년 전쯤 중수했고 훈련원판관을 지낸 장태영선생의 정자라고 한다. 주민들의 이야기로는 이 마을이 6·25사변 당시 격전지로 국군부대와 인민군부대가 1950년 8월말부터 보름이상 치열하게 싸웠고 이 전투에서 인민군이 전멸하다시피하고 퇴각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 마을 곳곳에 전투에서 희생된 많은 전사자들의 시신이 즐비했는데 주민들이 모두 거두었다는 것과 마을의 깊은 골짝에 들어가 보면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공룡발자국 같은 것도 작은 범위로 분포한다는 주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출향인으로 전 대구은행 영천지점장 장삼식 씨, 항공기술 연구소 장병희 씨 등이 있다.
박순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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