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인심 살기좋은 동네…오랜 역사 6개 재실 보존
북안면 서당마을
“25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신혼부부가 낯선 이곳에 들어와 살아보려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어찌나 많이 도와주시던지.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정말 정이 많으신 분들이라 의지하면서 빠른 시간내에 한 동네 사람이 될 수 있었지요.”
주민 김영미 씨(50)의 이야기다. 마을로 취재를 하러 찾아간 날, 때마침 임시 동회의가 소집되어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소복하게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부엌 한편에선 점심준비에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추운데 얼른 들어오라며 낯선 손님을 반갑게 맞아 가까이 앉혀놓고 정감있는 마을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어르신들을 대하니 따뜻한 분위기와 구수한 인심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서당마을은 현재 40호 안팎으로 약 80여명이 산다.
김연수 이장(70)은 “평균연령이 70세 이상이라 짐작할 만큼 나이 60대인 주민은 몇 되지도 않을 만큼 고령화 되어 있다.”고 소개하며 “음력정월에 마을총회가 열릴 때 모두 모이는 것을 시작으로 여름 삼복날을 챙겨 마을전체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 음식을 준비해 소규모 잔치처럼 하거나 야유회로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기도 하며 복달음을 한다.”고 말했다. 또 겨울철 서너 차례 노인회 주관으로 단체 온천욕을 다녀오면서 한끼를 함께 먹는 것도 마을의 전통처럼 이어오고 있다.
임시 동회가 마을회관에서 열려 주민들이 모였다
특히 가장 큰 행사는 5월에 여는 어르신 경로잔치로 마을 자체에서 해마다 음식을 많이 준비해 어르신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즐겁게 대접하며 경로효친사상을 이어가기도 한다. 서당은 세 개의 자연부락으로 형성되어 첫 동네가 명촌으로 동쪽으로 향해있어 밝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또 본동인 서당부락으로 큰 서당이 있어 인근에서 많은 학생들이 글을 배웠다고 붙여진 이름이며 서당리의 좌측으로 8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고개를 넘으면 냉정(찬우물) 혹은 맹잣골이라는 부락이 자리한다.
마을개척 유래를 들어보면 이조 중엽에 청주한씨가 입촌했지만 자손을 번창시키지 못하고 다음에 들어온 오천정씨가 더욱 번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 문화 유씨. 영천이씨 가문도 입촌했지만 200년 전에 정착한 김해김씨가 일제강점기 말 이후에는 가장 많이 살게 된 성씨라는 것을 마을주민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오랜 마을의 전통을 말해주듯 마을내부에는 곳곳에 재실이 많이 남아 있는데 특히 명종 때 훈도를 역임한 정광 선생과 참봉을 역임한 정강 선생 형제의 재실인 금오재가 현존해있고 그 외에도 서계정 등 모두 6개의 재실을 볼 수 있다.
서당의 김연수 이장(70)은 “큰 흉 없이 주민들이 단합도 잘해주고 말 그대로 조용하고 평화롭게 사는 곳이다.”며 “예전에는 주로 논농사였지만 최근 20년 동안 포도로 농사가 대부분 전환되었고 복숭아작목도 몇가구 있다.”라고 했다. 지난 2008년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마을회관 겸 경로당이 완공되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진 바 있다. 당시 기존의 경로당이 매우 낡고 협소해 불편했던 차라 주민들의 기쁨이 컸고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가 생활과 화합의 장소로 잘 이용되고 있기도 했다.
마을의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는데 맹자골 미륵불이야기가 일대에 더러 알려져 있기도 하다. 마을출신이지만 50년 이상 부산에서 살던 김순희 씨가 꿈에 미륵불이 여러차례 나타나자 혼자 마을에 들어와 이곳저곳 헤매어보던 중 축대를 쌓고 있는 곳에서 머리가 없는 할매불을 발견했고 며칠 후 역시 머리없는 할배불을 계곡에서 찾았다고 한다. 그 후 두 불상의 머리를 만들어 붙이고 전체적인 보수를 해서 새로 지은 절에 모시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전민욱 경북문화관광해설사는 “미륵불의 조성 시기는 고려초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 불상도 고려 때의 불상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도 이곳에서 찾아낸 불상을 마치 마을의 수호신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서당의 출향인은 철도청부이사관으로 퇴임한 김석주 씨, 서울의 김한수 변호사, 이미 고인이 된 전 김해공항장 김석균 씨 등이 있다.
박순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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