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출신 젊은 여자이장 조만숙씨
마을 어른들께 심부름 해주는 것이 이장의 일
고경면 석계리의 이장은 여성이다. 그것도 40대의 젊은 여성이다. 거기다 조선족 출신인 결혼이주 여성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당찬 여자이장 조만숙(45ㆍ쪼우완수우)씨를 만나기 위해 늦여름비가 내리는 아침 고경면 석계리로 향했다.
올해로 4년째 이장직을 맡고 있는 조만숙씨와 그녀의 남편 천봉만(52)씨가 마을회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경면 석계리 마을회관이자 경로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곳은 2010년 조만숙씨가 이장이 되던 해 리모델링을 했다. 회관 앞 정자도 이때 함께 지어 마을 사람들의 안락한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그저 심부름꾼이지요. 마을에서 나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남편이 도와주니 저도 용기를 내어 이장을 하고 있어요. 하는 일이 별거 있나요. TV, 경운기, 세탁기, 밥솥 같은 것들이 고장나면 모두 이장집에 전화를 해요. 저희 남편이 손재주가 있어서 전화 오면 고쳐주러 가고, 세금을 대신 내주기도 하고, 장날 필요한 물건을 사다 주기도 하지요”
큰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모님 같은 마을 어른들께 심부름 해주는 것이 이장의 일이다 라고 말하는 조만숙씨. 하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녀도 결코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
고경면 석계리는 주변의 돈사로 인한 악취 피해가 특별히 심해 많은 민원이 발생한다고 한다. 조리 있는 언변과 조율로 동분서주하며 민원을 해결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건들도 있어 걱정이라고 조만숙씨는 말한다.
석계리 쉼터에서 이야기하는 조만숙 이장
한 달에 두 번 고경면 37개리의 이장들은 고경면사무소(면장 정상용)에서 회의를 한다. 첫 여성 이장이자 젊은 이장인 조만숙씨도 회의에 참석해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대신 피력한다. 농업지원정책이나 환경정책, 풀베기 등의 공지사항은 꼼꼼하게 챙겨 방송을 내보낸다. 방송할 때는 남편이 선도 연결해주고 기계 조작도 도와준다.
작은 마을이지만 연간 행사도 꼬박꼬박 진행된다. 정월 대보름이면 윷놀이를 하고 봄, 여름, 가을 철따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복날이면 부녀회장님들과 함께 복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집집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도 하나하나 챙겨봐야 한다. 그렇게 받는 월급은 24만원, 딱 기름 값 정도이다. 마을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업차 중국에 온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첫눈에 인연이다 싶었어요. 95년 한국에 왔으니 벌써 18년이 되었네요. 큰 딸이 벌써 고 2고 둘째가 올해 중 3이 되었네요”
아버지와 언니가 모두 교사였던 교육자 집안이었고 조만숙씨 역시 심양사범학교를 나온 재원이었다. 교수가 꿈이라는 조만숙씨는 성덕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현재 사회복지, 보육교사, 상담심리사, 웃음치료사, 치료레크리에이션 등 수많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실력파다.
올해는 상복도 많아 4월 한사랑농촌문화재단 다문화부문 특별상을 받기도 했고, 여성가족부와 LG의 후원으로 동아일보에 주는 다문화가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을 이장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다문화방문지도사를 겸하고 있는 조만숙 이장의 특별한 행보가 앞으로도 사회에 따뜻한 파장으로 펴져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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