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맹 등 개신교계 지도자들이 여야 지도부를 만나 '이슬람채권법' 처리 반대의사를 전달하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에 대한 교계의 낙선운동 압박 사태까지 나오면서 '정교(政敎)분리' 원칙마저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슬람채권법'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 국회에서의 법 통과 전망 등을 살펴봅니다.
1. 이슬람채권법 '수쿠크'는
이슬람교는 이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는 이자(아랍어로 '리바')를 불공정하고 착취적이며 비생산적인 것으로 금기시합니다. 채권은 정기적으로 이자를 수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슬람에서는 정상적인 의미의 채권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슬람에서는 채권 발행으로 자산을 취득한 뒤 이를 임대해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채권을 '수쿠크(sukuk)'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A사가 특수목적회사(SPV)인 B를 설립한 뒤 B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입다. 이 자산이 유형자산인 경우 이자라 수쿠크, 상품인 경우 무라바하 수쿠크, 건설산업이면 이스티스나 수쿠크, 투자사업이면 무라카 수쿠크로 불립니다. 가장 많은 형태는 이자라 수쿠크며 우리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려는 이슬람채권은 이자라와 무라바하 두 종류입니다.
2. 국회에 제출된 이슬람채권법의 내용은
정부는 2009년 9월 이슬람채권의 수익도 일반 외화표시채권과 같이 소득세·법인세를 면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개정안의 21조 2항에 '특정 국제금융거래에 따른 이자소득 등에 대한 과세특례'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이 조항은 '국내 법인이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종교상의 제약을 지키면서 해외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외화표시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국내 법인이 해외특수목적법인에 지급하는 임대료를 이자로 보고 소득세·법인세 등을 면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다.
3. 정부는 왜 조기 처리를 주장하나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의 조기 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금액이 대규모 유출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일본, 중국 등과 통화 스와프를 맺어 위기를 벗어났지만 자칫 제2의 외환위기를 겪을 뻔했습니다. 정부는 이슬람채권법 처리로 오일머니에 기반을 둔 이슬람 자본이 들어올 경우 외화 차입처 다변화가 이뤄져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에도 자금 유출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채권은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달리 반드시 실물투자를 수반하기 때문에 급격한 유출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4. 법 통과 안되면 오일머니 유치할 수 없나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오일머니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오일머니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외국 자금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현행 소득세법은 외화표시채권의 이자소득을 면세해 주고 있지만 이슬람채권의 경우 이자소득이 아니기 때문에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게다가 만기시 자산 소유권이 설립회사로 다시 넘어오면서 양도소득세와 취득·등록세 등 각종 세금이 붙게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이 이슬람채권을 발행할 경우 다른 외화표시채권보다 4% 정도 높은 금리를 줘야 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이슬람 자금을 유인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 셈입니다.
7.국내 들어온 이슬람 자본 규모와 영향력
201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130억7066만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들어온 자금이 68억922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의 52.7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자금은 26억8593만달러며, 유럽에서 들어온 자금은 32억9057만달러로 각각 20.55%와 25.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동지역에서 들어온 자금은 1억7143만달러로 1.31%에 불과합니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이슬람 자본의 규모가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 투자된 자금은 0.1% 정도에 불과한 것입니다. 국내 투자 자금이 적은 만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현재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8. 개신교계가 강력 반대하는 이유
개신교계는 "이슬람채권이 일반 오일머니와 달리 샤리아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우리의 금융주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이슬람채권법 반대가 단순한 이슬람 적대 운동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용기 순복음교회 목사는 24일 "정부가 이슬람채권법의 입법화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벌이고 법이 통과되면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개신교계가 '이슬람 테러세력 유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배경에는 이슬람채권법 통과를 계기로 이슬람 세력이 국내에서 확장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양병희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이슬람 금융 수입의 2.5%를 '자카드'란 이름으로 떼어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의무규정이 있는데 송금 즉시 모든 내역이 파기되기 때문에 순수하게 자선단체에 보내는지 테러단체에 지원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10. 이회창 대표는 왜 개신교를 비판했나
당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슬람채권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이 법안을 2월 임시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개신교계는 "이슬람채권법에 찬성하는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실제 국회 재정위 의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서비스 등을 통해 실력행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정치권이 두 손을 들었습니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이슬람채권법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수주와 연계된 법안"이라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앞으로 개신교계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4월 정기국회 처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종교계를 자극해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4·27 재·보선' 이후로 넘기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며, 일부에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18대 국회 내 통과가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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