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더위를 낭만적으로 즐겨야 - 김대환 칼럼

영천시민신문기자 2012. 7.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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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낭만적으로 즐겨야 - 김대환

영어 공부와 함께 국어.국사도 열정 가져야

 

2012년도 반년을 삭였다. 나머지 반틈의 시간은 꺽기로 내려간다. 힘받은 7월의 녹음이 모여 싱싱함을 우려낸다. 초하의 바람은 바람끼리 어울려 자연을 다스리며 금호강물 위로 파문을 그려놓고 지나간다.
살구와 매실이 탐스레 익어 인간에게 내어 주고 붉그스레한 얼굴로 햇살에 세수한 복숭아가 선을 보이며 우리곁에 왔다. 이육사의 7월은 청포도가 익었지만 골벌국 16개 읍·면·동의 전답 위엔 벼포기가 살찌고 오곡이 자라며 흑포도가 알알이 박혀 익고 풋가슴 싱그러운 녹음이 들판에 머리를 풀어 헤치며 하늘엔 뭉게구름이 성큼 성큼 요술을 펼쳤다 걷었다 끼를 자랑하는 고향 하늘을 수 놓는다.


참개구리가 오뉴월 밤을 신나게 합창하면서 짝짓기가 끝나며 성장기에 들어 갔고 먹성 좋은 황소 개구리가 강변과 저수지의 주인이 되어 먹이사슬까지 교란하면서 작은 뱀까지 잡아먹는 괴수가 되어 이밤도 괴성의 탁음을 내며 토종 개구리와 블루길을 피해다니는 참붕어, 피라미, 미꾸라지 등은 한시도 마음 놓지 못하고 스트레스 속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우리말 국어보다 국사나 도덕은 좀 멀다. 대부분의 젊은 층 부모들은 이 시간 자녀들의 영어공부에 승부를 건 것처럼 신경을 쓴다. 틀린 것은 아니다. 그만큼 영어의 비중이 크고 정부의 정책도 영어에 많은 시간과 돈을 부었다.
영어공부를 위하여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필리핀 등으로 유학간 학생들의 일부 일탈행위가 국위를 멍들게 하고 자신도 무너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영어를 확실히 하면 이렇게 어려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함은 맞다. 그러나 삶의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영어에 올인한다면 그 자녀가 성장한 후 심성도 영어로 꽉 찬다는 사실도 알아야 하며 자칫 낚시터에 아빠 따라 온 자녀의 현장학습 보고서는 종일 강이나 연못엔 온통 욱 욱 하는 괴탁음의 황소 개구리의 울음밖에 듣지 못했다고 리포트를 작성할 것이다.


자연은 고루 혜택을 주며 어울려 살라고 했다. 벚꽃이 붉게 물든 후 살구꽃이 하얗게 칠하고 복숭아꽃이 수줍은 듯 분홍으로 물들이면 배꽃과 이팝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봄바람과 어울려 한 시절 지나면 하늘이 여름의 문을 열며 열정적인 장미를 피워 사랑을 진하게 칠하면서 사람과 함께 살아 왔고 또 살아 간다.


고향집 담장 밖으로 감나무가 목을 길게 늘여 연민의 정서와 순수함을 품고 읍내 장에 간 주인이 해걸음에 간 고등어 한 손 사들고 나타날 때까지 툇마루 앞에서 자다가 말았다를 수차례 반복한 누렁이와 서로 말은 없어도 집을 지키고 이들의 교감이 이 시간 사라져 가는 고향의 정서를 잇고 대문안에서 훌쩍 커버린 자신의 키를 부끄러워 하는 듯 애틋함을 깨문 접시꽃 아가씨도 담 밖의 사연에 목이 마른 듯 더욱 발을 높여 얼굴을 들었다.


들판을 적시는 수리시설의 흡족함으로 들판은 온통 그물망의 코처럼 얽혀 영천벌 전역은 물이 흐르고 인심의 후함과 산수의 수려함 속에 포은과 노계선생의 충과 효의 향기가 어우러져 뒷산에서 흘러내린 개울물이 금호강과 합류하고 달빛 소리내어 내려 앉는 밤 외롭지 않으려는 찔레꽃이 밤새 시리도록 분분이 노래하는 영천벌이 평화롭게 초여름의 성찬을 익혀 간다.


공간과 시간을 한데 묶어주는 닷새 장의 역할도 나이가 많아지면서 그 기능을 대형 마트에 잃고 알속이 없으며 장날 외처에서 일찍 와 진을 치는 1톤 트럭 이동상인들만 장날마다 톡톡이 재미보며 시장안의 본 상인들은 별 재미가 없다는 푸념의 소리가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이래 저래 인간세상엔 긍정론이 얇아 간다. 그렇다고 사슴뿔은 백년이 지나도 녹용이 될 수 없고 아무리 허기가 져도 호랑이는 풀을 뜯어 먹지 않는다.


하늘이 여름 문을 크게 열었다. 더위를 천상으로부터 마음껏 쏟아도 우리는 이겨낸다. 처음 맞는 여름도 더위도 아니다. 부정보다는 좀 더 긍정쪽으로 내 마음 밭을 시원히 일구어 더위를 낭만적으로 즐기는 지혜로움으로 여름 건강을 재미있게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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