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다,
여고생 9명이 말하는 '가족안의 나'
어리다고 느끼지만 생각은 어른과 같아
영천지역 학생상담 자원봉사자협의회는 지난 22일 금호여자고등학교에서 집단상담 현장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보고회는 금호여고 3학년을 대상으로 3개 반으로 나눠 분임토의를 가졌다. 이 가운데 ‘가족 안에서의 나’란 주제로 토의를 가진 제1분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편집자주>
김해숙 상담사의 지도로 시작된 이번 집단상담에는 9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가족 구성원과의 갈등과 사랑을 대화를 통해 다가서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수업에 앞서 학생들의 내면을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서로의 벽을 허물기 위해 이름보다 별칭을 지었다. 학생들은 제각기 공주, 사장님, 사또, 써니, 귀염이, 여신, 예쁜이, 복덩이, 말랑이
7번째 만남인 이날 수업은 가족과 있었던 일 가운데 잊히지 않고 가슴 속에 박혀있던 일들을 적은 뒤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사장님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피서를 갔다가 물에 빠진 나를 아버지가 구해줬다. 아직도 그때 일이 생생하다. 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별칭 써니님은 “아버지가 재혼을 하셨다. 처음에는 받아드리기 힘들었다. 그러나 혼자가 되신 후 외로워했을 것을 생각하면 조금 더 마음을 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울먹였다.
이에 다른 친구들은 “지금보다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힘들 때는 우리에게 기댈 수 있다. 옆에서 힘이 되어 주고 싶다.” 등 위로의 말을 전했다.
3번째 공주님은 “아버지가 몇 년 전부터 술을 많이 드시기 시작했다. 항상 자상하시던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나에게 욕을 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상처로 남는다. 표현을 잘 못하지만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울음을 터트렸다.
4번째 귀염이님은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손이라도 잡는 것이 바람 이였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아버지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앞으로 자주 안아 주었으면 한다.”고 회상했다.
집단상담 현장, 금호여자고등학교에서 열린 학생들과 상담하는 김해숙 상담교사
말랑이님은 “예전에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눈물을 보이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항상 우리를 지켜준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보니 인간적인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또님은 “공주님과 비슷한 경우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특히 어머니가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안 그러시는데 어머니에게 잘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여신님은 “지금 할머니와 살고 있는데 예전에 할머니를 마음 아프게 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 내 마음은 아닌데 행동은 반대로 나와 할머니의 가장 마음 아픈 곳을 건드렸다. 처음으로 할머니가 나에게 손찌검을 했다. 뺨을 맞은 곳이 아픈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마음 아파하시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 아직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예쁜이님은 “어머니와 항상 다투고 있다. 중학교 시절 어머니와 가까워지려고 어머니 생일상을 직접 차렸다. 케이크를 드렸는데 어머니가 우시는 모습을 보고 놀랍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행동이 잘못한 것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복이님은 “외할머니께서 병에 걸려 엄마, 이모와 함께 할머니를 뵈러 갔는데 외할머니께서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다. 외할머니와 엄마가 너무 닮아서 엄마도 같은 병에 걸리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은 “마음이 따듯해진다. 친구들을 알아갈 수 있는 게기가 됐다. 가족이야기라서 힘들었지만 속 편히 말했다. 서로 힘든 줄도 모르고 서로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하다. 매 시간마다 나만 울었는데 오늘은 전부 울어 슬픈 하루이다.”고 말했다.
김해숙 상담사는 “눈물을 흘리고 가슴아파하면서 즐거움과 슬픔을 같이 나누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며 “가족은 우리의 생명과도 같다. 사랑받고 사랑해야만 한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상담이 끝난 후 김해숙 상담사는 학생들과 일일이 안으며 따뜻한 체온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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