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천 시

고향은 모든 사람을 품어주는 마음의 둥지

영천시민신문기자 2019. 2. 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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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모든 사람을 품어주는 마음의 둥지



세계에서 한국인처럼 인연(人緣)에 강한 민족이 없다고 한다. 종씨(宗氏)다, 동창(同窓)이다, 동향(同鄕)이다 하여 고향과 연이 닿으면 곧바로 친해지고 남다른 인간관계가 이뤄진다.



                                                                       이남철 해암예학연구소장



이는 첫째로 우리민족이 농경기 후대에서 정착성과 협동심을 요구하는 벼농사를 지으며 한곳에서 대대로 살아오다 보니 그만큼 생활의 유대가 강해지고, 다음으로 우리나라 행정구조가 도(道), 시군(市郡), 읍면(邑面), 리(里) 단위로 구역이 정해져 있어 그 안의 사람들은 동질의식이 강해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중에서도 동향의식은 유독 우리민족이 독특하여 고향과 타향을 엄격히 구별하고 객지에의 적응력이 약해 귀소성이 강하다.


유목민들과 같이 이동성 민족은 타향에 가더라도 곧 친해지므로 고향감각이 별로 없으나 우리같이 정착 민족은 자기가 태어난 곳을 어머니의 품과 같이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는 정착성 사고가 강한 탓으로 고향을 떠나면 ‘객지에 나간다’하고, 외지에서 전입해 오면 ‘들어온 사람’이라 하면서 일단은 배타심을 보인다. 또 어느 한 영역을 먼저 차지한 사람이 뒤에 들어온 사람에게 세도를 부리는 이른바 ‘텃세’란 말도 바로 동향의식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래서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것을 애틋하게 생각하고 ‘타향살이 몇 해던가…’,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를 한탄하는 애수를 읊기도 한다.


전통적인 토속병에 ‘객지병’이라는 게 있다.
객지에 가면 입맛이 없어지고 변비 설사가 나는 체질로서 고향에 돌아오면 그런 증세가 씻은 듯이 낫게 되는 신경성 질환을 말한다.


우리 민족은 이러한 객지병이 특히 심하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객사(客死)를 두려워하고 죽으면 으레 고향에 묻히려 하는 것도 모두 수구초심(首丘初心), 귀소본능(歸巢本能)과 상통한다 하겠다.


이와 같이 종씨, 혈연, 동향, 지연 ,동창, 학연으로 맺어진 친근감과 연대의식은 오늘날 향우회와 같은 공동체로 연대하여 더욱 굳어져 왔다. 


특히 고향은 인생을 반추하는 사색의 공간이었기에, 사람의 마음을 감싸주는 포근함이 있고, 자연을 관조하며 호연지기를 만끽할 수 있으며 풍류를 즐기는 휴식처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아쉽게도 6·25 동란으로 인한 민족의 비극을 겪으면서 많은 국민들이 고향을 잃게 되어 가고 싶어도 갈수 없는 꿈속의 고향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산업사회 이후에는 상당수 많은 고향마을이 공업단지조성과 댐건설로 매몰되고 급격한 공업정보화 사회로 전환함에 따라 많은 국민이 살기 위해 도시로 진출함에 따라 농촌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고향에 대한 정감이 메말라가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으나 고향에 대한 향수는 여전히 살아있으며 공간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커지는 법이다.


그 어렵고 쉽게 이루어 질수 없는 남북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지고 멀리 외국에 나가 살더라도 교민회가 조직되고 조국과 고향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과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하물며 한나라 안 오 갈수 있는 거리에 살면서 조상과 부모형제가 태어나고 살아왔던 고향을 등한시 하고 혈연과의 만남을 게을리 해서야 되겠는가.


고향 찾는 미풍양속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년층이 앞장서서 각자의 자손들에게 조상의 내력과 고향산천의 이모저모를 전수하여야 하고 외국, 타지 어느 곳에 살더라도 살고 있는 그 곳을 고향으로 여기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요즘 설, 추석 명절을 앞둔 시점에 귀성 열차표 예매를 위해 역마다 굽이굽이 줄을 서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명절마다 고속도로가 주차장화 되도록 귀성객 차량이 꽉 막혀도 오직 고향에 계신 부모 일가친척을 만나기 위해 힘든 여정도 즐겁게 받아드리며 자녀들과 함께 고운 옷 차림으로 선물 꾸러미를 들고 가는 정겨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전통인 孝의 가치와 고향의 포근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비록 짧은 귀성기간이나마 고향산천을 음미 하면서 보고 싶은 부모, 자식, 손주들과 함께 조상의 흔적을 더듬고 전통을 익히면서 핏줄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얼마전 KBS 내고향스페셜 프로에서 “고향이 그리워지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변함없는 마음으로 기다릴께요”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렇다. 고향은 모든 사람을 품어주는 마음의 둥지이다.
                                                                                                                   이남철 해암예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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