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북면 오산마을, 왜가리 백로 4백여 마리 장관
오산마을은 개울이 마을 앞을 흐르고 마을길에 나란히 선 노거수들이 울창함을 자랑하고 있으며 마을바깥쪽으로 넓은 들판이 펼쳐져 농촌마을로서는 사람살기에도 좋고 사과를 일찍부터 재배해 지금은 과수단지로 잘 알려진 마을이다.
찾아간 오산 2리는 마을이 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나지막한 숲에 둘러싸여 그냥 지나칠 뻔한 마을이었다. 숲 가운데 아담하게 마을이 조성되어 있고 바로 뒤 운산이 왜가리와 백로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1,000여 년 전부터 운산숲을 중심으로 왜가리가 이른 봄에 찾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더니 점점 그 마리수가 늘어나 현재 400수에 이른다는 2리 이태근(59)이장의 이야기이다.
한 때는 농약살포나 공해 등의 이유로 왜가리가 죽고 찾아오지 않은 해도 있었지만 다시 숲으로 돌아와 주민들이 반기기도 하고 알뜰히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사진작가들이 문전이 닳도록 찾아와 밤을 새가며 더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위해 애쓰고 있기도 한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이태근 이장이 왜가리를 설명하고 있다
2리는 29호에 46명이 소담스럽게 살아가는데 귀촌가구가 세집이고 주민들의 90% 이상이 사과농사를 짓는다. 오래전부터 사과밭을 조성해 사과가 유명하기도 하고 으뜸 소득작물이 되었다. 이태근 이장은 “옛날에는 사람이 많고 행사도 많았지만 이제 많이 떠나고 행사도 거의 남은 게 없는데 음력 2월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줄다리기를 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는 풍습은 남아 있다.”며 “거의 연세 많은 할머니들이라 줄다리기를 안하고 줄다리기를 하는 척, 줄을 그냥 놓아둘 때도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주민 대부분이 소속되는 노인회는 이원발(71) 회장이 맡고 있고 부녀회는 신화자(71)씨가 맡아 동네 안살림을 잘 꾸려 나간다. 또 눈길이 가는 것은 이원대 열사의 묘소가 있다는 점이다. 이원대 선생은 이곳에서 출생해 1934년 하남성 황해군관학교를 입교·졸업해 상해 등지에서 지하운동을 하다가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중국경찰에 협조해 중국인간첩을 잡는데 공헌했다. 1938년 장사대회전에 참전, 1943년 산서성에서 중국군 중대장으로 일본군과 교전중 생포되어 북경으로 압송, 혹독한 고문으로 32세의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그리고 임란시 의병으로 출전한 이온수 장군의 재사인 영사재(永思齋)와 조선 순조때 효자로 편모를 지극히 섬겼던 이상업 선생의 정사인 운강정사(雲岡精舍)가 후손들이 관리해온 덕에 잘 보전되고 있다.
1리는 55호, 125명의 주민들이 사과와 자두, 추이를 키우며 산다. 정월보름날 총회와 함께 마을전체 윷놀이로 흥을 돋우고 함께 정을 나누고, 8월15일 마을도로변 풀베기 및 정비와 대청소를 한 후 함께 음식을 나누는 풍습도 있다. 조홍근 이장은 “우리마을 사과가 유명한 것은 서울에도 잘 알려져 있으니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기후문제와 고령화 때문에 살구작목으로 바뀌는 추세인 듯하다.”고 말했다. 마을의 하천정비 기본계획사업이 시급해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다.
이곳에 산자연학교가 위치하고 조선 선조때 학문이 뛰어나 함평훈도를 역임한 조황 선생의 재사인 우모재(寓慕齋), 영조때의 학자이며 이인좌의 난 때 의병으로 출정한 조용한 선생의 정자인 자계정(慈溪亭), 영조때의 학자로 많은 책을 남긴 조진옥, 조상옥 두선생의 강학소인 정자, 이호당(二皓堂) 그리고 임란때 의병장인 충의공 권응수 장군의 아버지 능라군 권덕신의 묘를 수호하기 위한 재사인 광사재(廣思齋)등 여러 채가 잘 관리되고 있다. 올봄에 화북일대 마을에서는 갑자기 내린 우박에 과실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는데 오산도 해당되어 주민들의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리에서 알게 된 재미있는 일은 지난 3월 16일 KBS전국노래자랑 영천편에서 이장부인인 김경해(57)씨와 주민 안경희(58)씨가 민요팀으로 출연해 영천아리랑을 불렀고 장려상을 수상해 마을의 큰 자랑거리가 되고 있었다.
1리 출향인은 전 삼호물산대표 조광호 씨, 2리는 전 성동구청장 이호조 씨, 전 경북도국장 이재동 씨, 변호사 이태현 씨, SK그룹 상무 이용환 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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