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43cm 머리카락으로 사랑 전달
3년 넘게 길러오던 머리카락을 한 번의 가위질로 잘라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허전함에 눈물도 나고 짜증과 함께 하루종일 우울하기만 했다. 그래도 곱게 길러온 머리카락으로 다른 친구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된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모든 것을 참고 웃을 수 있고 나 지신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몇 해 전 내가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었을 때 우연히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예쁘장한 소녀가 나와 그 자리에서 길고 탐스런 생머리를 잘라 소아암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내 가슴이 뭉클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부모님도 흔쾌히 허락을 하셨다. 모발기부를 한다고 마음을 굳히자 ‘아 용기가 대단하다. 멋지다!’ 라는 생각에 짜릿한 기분마저 들었다.
내 머리카락이 잘려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가발이 되어 소아암에 걸린 불쌍한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목표의식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올해 6월29일 드디어 거사를 치렀다. 누구나 탐내던 나의 머리카락 43cm가 잘려서 한국 가발협회로 보내졌다.
가발 협회에서는 등기로 보낸 머리카락이 도착한 날 홈페이지에 모발기부자들의 명단을 올려준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나 말고 다른 기부자들도 많았다. 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나의 선행이 더 현실감있게 나타나 뿌듯하고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후회되는 마음으로 눈물을 찔끔 흘렸지만 나의 이름 ‘서민경’이라는 것이 기부자 명단에 있는 것을 보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이런 작은 기부를 통해 사람들이 기부문화라는 것이 돈 많이 드는 것, 어렵고 힘든 것, 그래서 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깼으면 좋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이 웃고 행복해하면 그것이 진짜 기부라고 배우게 되는 좋은 경험이었다.
영천중앙초등학교 6학년 서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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