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학자·근대문화재 즐비…금호읍 오계마을
천혜 자연조건에 과수농사
금호읍 오계마을은 자연부락으로는 가장 큰 마을인 단계와 오종리로 구성되었다. 역사적 사건인 을사사화 때 경재 곽순 선생이 옥살이를 하던 당시 마을 안쪽의 개울이 붉게 변해 흘렀다고 하여 ‘붉은 단’자를 써서 단계라 했다고 전한다.
오종리는 종리라고도 하는데 조선 정조때 병마절도사를 지낸 조학신 선생이 입향한 곳이며 마을 쪽 언덕에 약 250그루가 넘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형성되어 마을의 수호신마냥 지켜주고 있다. 근대적 행정구역 개편 때 오종동과 단계를 한 글자씩 따서 오계리라 명칭하게 되었다.
오계마을은 1·2리로 구성되고 대부분 주민들은 포도, 복숭아, 자두 등의 과수재배로 생계를 이어가는데 전국적으로 유명한 포도산지의 명성 그대로 포도생산이 전체 과수의 50%가 넘는 실정이다.
오계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2리의 조성현 이장은 “바로 이웃해있는 하양과도 뭔가 다른 기후조건으로 그 일대에 갑작스런 소나기가 퍼부어도 금호 경계만 들어서면 비가 오지 않을 만큼 좋은 일조량과 황토질의 토양으로 맛과 질이 좋은 포도가 생산되어 전국적으로 인기가 있어 유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와이너리의 주재료인 포도를 조성현 이장이 손질하고 있다
와인투어의 참가자들을 받고 있는 포도농가로서 다른 지역민들이 방문해 포도수확과 와인담그기 체험을 하면서 포도 맛에 칭찬일색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작년에 와인투어 체험단이 500명 이상이었는데 올해는 그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계마을 전체 150여 가구, 약250명의 인구로 홀로 사는 노인들 가운데 특히 여성의 비율이 높고 작년부터 건강보험공단에 이장이 직접 신청해 공단이 주관하는 어르신체력단련 프로그램을 실시토록해서 2층 건물로 된 경로회관에서 일주일에 3회씩 체조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주민 30명 이상이 참가해 여가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
마을의 한 주민은 “마을 앞 농로 진입로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대창도로부터 마을입구까지의 도로가 포장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포장공사가 시급하다.”고 말해주었다.
6대조부터 200여 년간 마을에서 살아왔다는 1리의 조규하 이장은 “고택과 서당 외에 선인들의 문화재가 많이 있지만 주차할 공간이 없어 문제가 된다.”며 “방문객들이 찾아오면 마을로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차들이 농로를 막게 되어 경운기가 드나들기 불편하기 일쑤이므로 문화재 주차장이 필요한 것이 급선무이다.”고 말했다.
1리에는 오계공단이 있어 일신화이바, 천우산업, 동양식품 등 20여개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도 조규하 이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1리에 모여 있는 고택들을 보면 조선 중종 때 사간원의 사간을 맡은 학자이며 반대파의 모의로 죽임을 당한 곽 순 선생을 추모하여 지은 경재사당, 고려 우왕때 문과급제 후 조선조에 강계도 병마절도사에 임명되었지만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는 절개로 이곳에 은둔한 조신충 선생의 묘를 수호하기위해 건립한 재실인 사효재, 조선 선조 때 성리학자인 지산 조호익선생의 7대손이며 정조 대왕 때 전라병마절도사를 지낸 조학신 선생의 고택인 만취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집은 조선시대 사대부 저택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 1984년 중요민속자료 제175호로 지정된 바 있다.
가옥의 뒤에서 마을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소나무 숲은 조학신 선생이 손수 심은 것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만취당 왼쪽에 자리한 금산당(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33호)은 대한제국 때인 1900년 무렵에 건립된 살림집으로 지금 남아있는 사랑채와 안채는 당시의 목조기법을 잘 간직하고 있어 건축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오계1리에서 배출된 인물로는 제14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최상용 씨,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조기현 씨 등이 출향인사로 알려져 있고 2리의 출향인은 변호사 조 정씨가 있다.
박순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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