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파행 한 달째… ‘사퇴해야’ vs ‘대안있나’ 팽팽
임시회 소집 연서 받아
시의회 후반기의장단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의원 간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후반기 임기가 시작된 지 1개월이 됐지만 아직까지 상임위원장(의회운영위원장·총무위원장·산업건설위원장)을 선출하지 못해 의회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
현 의장단을 신임하지 않고 있는 의원 6명이 의장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현 의장 지지의원 6명은 사퇴 이후에도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결단을 요구하는 의원들은 3선 이상이 주축이다. 대안이 없다며 의장을 지지하는 쪽은 초선의원이 대부분이다. 지난 20일 열린 시의회 간담회에서도 의원 간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집행부 공무원으로부터 현안사업에 대한 설명에 앞서 일부 의원들이 개별 업무보고를 요구하며 퇴장해 파행 운영됐다.
◇다선의원 중심 의장사퇴 압박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의원들은 “앞으로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겠다. 집행부 안건이나 조례안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받아서 의견을 따로 내겠다.”면서 “기본부터 세우는 것이 맞다. 담당공무원은 자기 업무에 대해 공부해서 파악해야하고 의원도 공부해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단체장과 시의원이 모두 같은 당 소속이다 보니 그냥 쉽게 넘어 갔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A의원은 “이 사태의 중심에 (의장 부의장이) 있다.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냥 도와달라는 것은 의장과 부의장의 역할이 아니다. 리더십을 발휘해서 정상화시키든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말해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B의원은 “간담회가 파행 운영됐다. 식물의회다. 아직 상임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했다”고 무능을 지적했다. C의원은 “의원들에게 신뢰가 없다. 용단을 내려줘야 한다. 출마자로 거론도 되지 않았는데 (의장이 되는 것은) 의원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자질론이 불거지고 있다”고 했다. D의원은 “업무보고를 각자가 받는 것이 더 성과가 있다. 전부 각성해야한다”고 했다.
E의원은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회의진행을 못하는데 능력이 있으면 하면 된다. 개인욕심으로 관례를 깨 버리니까 자기능력으로 해야 한다”며 타협이 불가함을 강조했다. F의원은 “이 상황은 어떻게 정리할 사항이 아니다. 사퇴를 해도 안 해도 난처한 상황이다. 결단이 있어야 하는데 쉽게 이뤄지기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2월 시의회 청사 준공식, 새마음 새롭게 출범하는 영천시의회 청사준공식 모습
◇초선 중심 ‘대안이 있나’ 반박
의장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당사자가 사퇴를 하고 다시 의장을 뽑더라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더 큰 혼란이 올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G의원은 “원칙대로 한다는데 원칙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사퇴해야하는 이유가 뭐냐. 이래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보는 눈도 생각해 한다.”고 했다.
H의원은 “(의장 부의장)선거는 끝났다. 원칙대로 한다고 했는데 언제는 원칙대로 했느냐. 사퇴가 능사가 아니다. 전반기에 가만히 있다가 후반기에 (이러는데) 정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I의원은 “초선보다 다선의원들이 풀어야 한다. 원칙이 뭐가 원칙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J의원은 “지금이라도 할 이야기가 있으면 다 모여서 터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시민을 볼모로 이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호락 의장은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모석종 부의장은 “내가 중간에서 할 역할이 없다”며 “의회가 (의장을 찬성하는 의원이) 과반수를 못 넘겼다. 6대6이다. 과반이 안 돼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임시회 소집위해 연서 받기 시작
의장지지 의원들을 중심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임시회를 소집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제176회 임시회 소집에 필요한 의원 연서를 받고 있다. 아직 상임위원장이 선출되지 않아 의회운영위원회를 열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45조에는 임시회소집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연서하거나 자치단체장의 요구로 소집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영천시의회는 재적의원 12명 중 4명이 연서를 하면 가능하다. 이를 경우 의장은 15일 이내에 임시회를 소집하여야 한다. 문제는 의결정족수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된다. 의원 간 의견이 다를 경우 표결로 결정한다. 영천시의회는 7명이 찬성해야하는데 현재 6대6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 현재 분위기상 과반이상 확보가 어렵다. 과반이상이 안되면 유회를 선포하게 된다. 이 같은 갈등의 원인은 이들 시의원들의 공천권자 이었던 정희수 전 국회의원이 현직에서 물러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할 인물이 없다는 의미다.
시민들은 “정책대결이 아닌 의장단 자리다툼으로 인한 의원 간 갈등은 영천시의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미덕이 절실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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