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천 시

첫 농사 시작, 경칩 지나고 춘분 한 해 농사 준비하는 농부들

영천시민신문기자 2014. 3. 15. 09:00
반응형

 

 

첫 농사를 시작한 지역 농부들 이야기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다가오니 햇볕이 따스해지고 바람도 유순해진다. 얼었던 대지가 풀리고 흙이 부풀어 오르니 이제 땅도 생명을 품어낼 준비를 마친 듯하다.
꽃소식까지야 아직 멀었겠지만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바빠지고 있다. 과수농가는 벌써 가지치기를 마쳤고 마늘 싹은 쑥쑥 자라 밭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3월 훈풍을 신호로 지역 곳곳에서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바쁜 농부들의 손길을 담아보았다.

 

 

          전정ㆍ나무껍질 제거하는 금호의 포도밭 조성현 농부

 

3월은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달이다. 포도, 사과, 복숭아, 배 등의 농사를 짓는 과수농가는 3월 초순이면 어김없이 전정(가지치기)을 시작한다. 금호 오계리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조성현(57)씨도 일주일 전에 벌써 전정을 마쳤다. 지금은 병해충을 없애기 위한 나무껍질 제거작업이 한창이다. 이 일을 마치면 포도나무를 연결하는 철사 줄도 당기고, 비가림을 손질하고 비료도 주고 물을 대느라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지금 본겪적인 농사를 시작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5월말부터 포도나무에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하룻밤에 넝쿨이 5cm씩 자랍니다. 그 넝쿨을 다 정리해주어야 해요. 잎 사이에 나오는 싹도 다 따줘야 하구요. 이 밭을 하고 나면 저쪽 밭에 순이 자라나니 그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하우스와 노지를 합해 약 15,000m²(약 4,500평)의 과수원에 거봉, MBA, 와인용포도(소비뇽) 등을 심는다는 조성현씨. 그렇게 순 달아내고, 꽃송이를 다듬고, 열매를 솎다보면 어느새 계절이 무르익어 7월 즈음 탐스러운 포도가 열리기 시작한다.

금호읍 조성현 농부가 포도나무를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다.


“포도농사와 함께 와이너리(오계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포도가 열리기 시작하면  투어 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가족단위의 투어객으로 시작해서 포도의 절정기인 8~9월에는 하루 평균 7~8대의 버스가 투어 객들을 싣고 들어옵니다. 어떤때는 10대가 들어오기도 하죠. 올해부터는 체류형 투어를 시작할 예정으로 와이너리 뒤에 숙박시설을 짓고 있어요. 와인을 체험하며 며칠 영천에 머무르도록 하려는 것이지요.”


조성현씨가 제조한 화이트와인은 지난해 코리아와인어워즈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탔다. 2010년부도 시작한 와인사업이 이제 성과를 거둬가고 있는 것이다. 포도 수확을 마친 10월 즈음이면 와인을 담그고 농한기인 겨울에도 와인세미나, 박람회 등에 참석하느라 쉴 틈이 없다는 조성현씨. 포도농사뿐만 아니라 체류형 숙박체험을 위한 준비까지 하느라 조성현씨는 어느 농부보다 바쁜 3월을 보내고 있다.


              채소밭 밭갈이 하는 영천지역자활센터 사업단

 

경지가 반듯하고 농로가 잘 마련된 금호읍 교대리 풍락지 주변 들판에는 여러 동의 하우스 단지가 있다. 그 중 중간쯤의 하우스에서 경운기 로타리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누가 들어도 들썩들썩 농사준비로 바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우스 안을 들여다보니 6명의 농부들이 땅을 일구고 이랑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얼핏 서투른 듯 하지만 열정이 깃든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이곳은 영천지역자활센터 로컬푸드채소사업단의 작업장이다. 자활센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할 기회를 놓친 취약계층에게 기술이나 사업방법을 지원하여 안정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지난해까지 부추를 경작해왔던 이곳에 올해부터는 다양한 쌈배추를 심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름하여 로컬퓨드채소사업단이다. 약 6,000㎡(1,000평)의 하우스에 케일, 구루모, 홍연채, 비트, 레드캐피탈, 레드치커리, 적쌈배추, 치커리 등 이름마저도 생소한 쌈야채를 키워 지역에 유통시킬 예정이다.

 

채소밭갈이 자활센터 사업단 모습


이시언 담당자는 “지난해까지 경작하던 부추 뿌리를 모두 뽑았습니다. 부추도 나이가 있어서 5년이 지나면 생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땅을 몽땅 뒤집고 다시 로터리를 치고 있어요. 대구대학교와 농업기술센터에서 자문을 받아 쌈 배추를 심을 예정입니다. 향후 친환경퇴비와 저농약 농법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섯 명의 장정들을 휘어잡으며 작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 장영남(65ㆍ여) 조장은 “저는 17살부터 시작해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농사경험은 적지만 저를 중심으로 서로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농사가 시작되는 3월이 되니 긴장이 되네요. 앞으로 본격적인 농사철이 되면 점점 더 바빠지겠지요. 신선하고 맛있는 쌈배추를 잘 키워서 많은 소득이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양파 푸른 싹 지천인 신녕 들녘의 임세욱 농부

 

나뭇가지에 움이 트려면 아직 몇 주는 더 기다려야 할 시기이지만 신녕과 임고의 들녘은  봄이 도래한 듯 푸른빛이 지천이다. 마늘과 양파 싹이 제법 푸르게 돋아나 밭을 덮었기 때문이다.
밭에는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비닐피복을 다시 입히고, 풀을 뽑고, 흙뿌림을 하는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들녘에 앉아 작업에 몰두하는 농부들의 손길은 마냥 바쁘기만 하다.
신녕면 완전리에서 30 년 동안 양파농사를 지어온 임세욱(64)씨도 며칠째 일꾼들과 함께 양파밭 비닐피복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엎드린 일꾼들은 새로 입힌 비닐 피복 사이로 양파 싹을 올려주며 여기저기 돋아나기 시작한 잡초를 함께 뽑고 있다. 이 양파밭의 주인 임세욱 농부는 새로 씌운 비닐이 날아가지 않도록 삽으로 흙을 뿌려주고 있는 중이다.

신녕 임세욱 농부 밭 모습


“지난해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양파를 심었어요. 그때부터 겨울 동면에 들어간 양파는 2월 중순 즈음 싹을 냅니다. 싹이 나기 시작하면 한 해 농사가 시작됐다고 보면 되요. 이후에 물도 대주고, 비료도 주고, 풀도 뽑아주고 밭일이 이어집니다. 양파는  6월쯤 수확을 시작하는데 수확기가 가장 바쁜 시기이지요. 그땐 일손이 많이 딸려 쩔쩔맵니다.”
20,000㎡(6,000여 평)의 밭에 양파를 경작하고 있는 임씨는 올해 양파시세가 어떨지 벌써부터 마음이 쓰인다. 남해의 조생종과 함께 신녕 저장창고에 보관중이던 양파도 시장에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양파는 수확하자마자 바로 팔기도 하고 저온창고에 보관했다가 다음해에 팔기도 합니다. 영천지역에는 주로 만생종을 심고 남해 쪽에는 주로 조생종을 심는데 냉동창고에 보관된 양파들은 남해에서 조생종을 팔 때 함께 팔기도 하지요. 여기 양파들은 도매상을 거쳐 대구 매천시장이나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지난해에 비해 올해 조생종 가격이 좋지 않습니다. 6월 본격적인 양파 출하시기에는 좋은 가격에 거래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양파보다 더 이른 신녕의 마늘을 제법 키가 자라 들녘마다 푸르름을 더해주고 있다. 이 푸른 마늘밭 사이에는 농부들이 삼삼오오 앉아 풀 뽑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푸른 초원위에 앉은 듯 농부들의 울긋불긋한 옷들이 어우러지는 마늘밭의 아주 특별한 풍경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수확 절정기에 들어선 북안의 미나리밭

본격적인 농사를 목전에 두고 한 해 농사의 기초를 닦고 있는 타 농가들과는 반대로 한창 수확의 절정을 맞고 있는 곳이 미나리 밭이다. 영천의 미나리는 보현산 아래에 둥지를 튼 화북과 자천지역에서 최초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영천시 전역에 골고루 퍼져가고 있는 중이다. 화북 자천, 완산동, 도동, 임고에 이어 북안 지역에도 미나리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생겨났다. 영천 돌할매라는 지역의 프리미엄을 이용해 돌할매를 찾는 관광객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돌할매 미나리가 그곳이다.


관산의 청정 암반수로 미나리를 씻고 있는 돌할매 미나리 정현웅(59)씨는 1998년 귀농한 17년차 농부이다. 배농사를 짓다가 미나리를 재배하기 시작한지는 3년째, 돌할매 앞 판매장에서 삼겹살과 함께 파는 것을 합해 현재 대부분의 미나리를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북안 미나리 정현웅씨


“매년 9월초에 씨를 뿌리고 겨울에는 하우스를 열어 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린 상태에서 동면을 시킵니다. 동면을 안 하면 미나리 마디가 생기지 않고 잎만 무성해지거든요. 12월 초까지 동면이 끝나면 줄기가 다시 자라도록  하우스를 닫고 온도를 높입니다. 그때부터는 온도가 관건입니다. 하우스관리를 잘 해야 하지요. 지하수를 미나리 밭에 계속 흘려주는데 지하수의 온도가 18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지하수를 흘리는 것이 온도를 높이것과 같은 결과과를 낳게 됩니다. 그러니 지하수가 시작되는 곳은 물의 온도가 높아 빨리 자라고 하우스 저 끄트머리의 미나리는 더디 자라는 것이지요. 빨리 자라는 쪽부터 베어서 합니다. 저 끝의 미나리까지 3월 말이면 모두 판매가 되겠지요. 다른 농사와는 달리 미나리는 3월이 농사의 마무리 달인 셈입니다.”


미나리가 피크 시즌인 지금은 오히려 공급이 딸리는 형편이어서 주말에 쓸 양을 평일에 비축해 놓아야 한다며 흐르는 물에 미나리 씻는 손을 멈추지 않는 정현웅씨.
“미나리는 3월말이면 출하를 마쳐 한 해 농사를 마감합니다. 하지만 저는 돌아서서 배농사를 시작해야 하니 3월부터 또 바쁜 농사일정에 들어가는 거지요.”라고 말하며 일손을 이어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