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일간신문 영천에 있다… 1577년 조선 선조 때 발행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인쇄조보
지난 8월 29일 개막한 ‘영천성 수복전투 전시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1577년 조선 선조 때 민간에서 발행된 인쇄조보였다. 본래 조보는 필사하여 작성됐고 조선시대 왕의 국정수행 정보를 주요 내용으로 다룬 일종의 소식지다. 매일 승정원에서 생산되어 중앙관료와 각 지방관청으로 유통되었다.
조보의 기원은 여러 설이 있지만 대체로 중종(1488∼1544)부터 정착, 갑오개혁 직후까지 유지되었고 1895년 2월 납활자로 간행한 관보가 생겨나면서 필사조보는 중지됐다. 내용은 임금의 명령, 중요 정책 및 사회 문제에 대한 고위 관리의 상소와 이에 대한 왕실의 소식, 보고, 임금의 답변, 인사이동, 사건, 사고, 기이한 자연현상 등을 실었다.
조보소에서 내려온 소식은 각 관청이나 기관으로부터 파견된 기별서리들이 서사해 각자의 기관으로 발송했는데 이 조보가 일반인들에게 보급되는 인쇄조보 발행 사건이 생겼다. 선조실록 11권, 선조10(1577)년 11월 28일 경진 3번째 기사에 ‘조보를 인출한 일로 추문을 명하다.’는 기록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들의 규모가 30명이며, 의정부와 사헌부에 직접 허가를 받아 스스로 목활자 만들고 초주갑인자를 혼입 간행하고 여러 곳에 유통시켰다.
선조는 이 사건을 개인이 사사로이 국가의 역사를 사고파는 모습으로 인식해 대역죄로 다스리려던 주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 유배형으로 낮춰 시행을 한다. 이날에 활자와 신문이 모두 압수당하게 되면서 3개월 인쇄조보 간행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민간인쇄조보를 찾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신문학자들이었다. 유길준(兪吉濬, 1856년~ 1914년)은 1895년 간행한 ‘서유견문’ 제17편의 신문 항목에서 처음 언급, 인쇄조보가 신문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거론했다. “신문을 시작한 근원을 추구해보면 우리나라의 조보(朝報)같이 관리에게 베껴서 돌리다가, 그 뒤에 일반인 가운데도 부유한 자들은 세를 내고 인쇄조보를 받아보았다. 그러다가 삼백년 전에 이르러서야 영국과 이탈리아 두 나라에서 인쇄하여 발행하는 신문이 나오게 되었다.”고 설명해놓았다.
육당 최남선의 ‘고사천자’(1935∼1936) 춘추관 편에서 선조(1577년)대 인행조보의 역사적 의미 및 세계 신문의 기원에 대해 고찰하고 조선시대 인쇄조보 발행이 서양 인쇄신문 발행과 비슷한 시기라는 점을 주목, 만일 인쇄조보가 탄압으로 중단되지 않았다면 세계 최초의 인쇄신문의 영예를 차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한국 신문사연구 개척자 안재홍(1891~1965)은 1927년 1월 5일 ‘조선신문사론’ 1회 기고문에서 ‘세계 신문지의 기원이 모다 관보(官報)에 잇섯든 것은 사실(史實)이 증(證)하는 바이라. 인행조보(1577년)는 세계최초 신문의 시초이다.’라 밝히고 있다. 이렇듯 100여 년 전부터 인쇄조보를 찾고자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영천역사문화박물관에서 그 실체가 나타나 공개되었다. 현재 공인된 세계최초의 일간신문은 1660년 6월 간행된 독일일간지 라이프찌거 자이퉁이며 실물이 남아있다. 중국기록, 고염무, 정림문집 제3권, 15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의 저보(邸報)가 숭정11(1638)년부터 활자조판방식을 사용해서 제작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어 중국의 저보가 독일보다 22년 앞선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1577년이니 중국보다는 61년, 독일보다는 83년이 앞선 신문이 되는 것이다. 인쇄조보는 지난 8월 경상북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영천역사문화박물관은 “국가지정문화재로서 가치가 충분하며 역사성 또한 조선왕조실록이나 율곡의 석담일기에도 자세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 차후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박순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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