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천 시

35년간 이어진 이웃돕기 돼지저금통 기부, 하상태 전 영천시의회국장

영천시민신문기자 2016. 3. 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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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간 이어진 이웃돕기 돼지저금통 기부
                         하상태 전 영천시의회 사무국장




매년 12월 1일이 되면 본사로 돼지저금통 하나가 배달된다. 빨간색 특대사이즈의 저금통은 대충 들어봐도 꽤 묵직하다. 저금통에는 유성 매직펜으로 보낸 날짜와 보낸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다.
빨간 저금통의 모금액을 매년 신문사에 기탁하고 있는 주인공은 청통면 호당리의 하상태 전 영천시 의회사무국장이다. 금액은 55만원, 50만원, 45만원으로 매년 다르지만 주머니의 잔돈을 털어 저금통에 넣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한지는 올해로 35년째가 된다. 35년이란 기간은 이 소박한 저금통이 얼마나 가치 있는 마음의 결과인가를 가늠하기에 충분할 만큼 긴 시간이다. 35년 동안 한결같이 무엇인가를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 전 국장을 찾았을 때 그는 자신에게 무슨 취재거리가 있겠느냐며 의아해 했다. 이어 빨간 저금통의 이야기를 듣고자 왔노라고 했을 때 겸연쩍고 수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드러낼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상태 전 영천시의회 사무국장이 돼지저금통을 설명하고 있다



“35년전 시 본청에 근무할 때였어요. 그때 지역 복지 현황을 파악하러 다니는 업무를 하게 되었는데 언하동에 한 여고생이 혼자서 굉장히 어렵게 살고 있는 거예요. 어머니는 안계시고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 오빠 때문에 행정의 복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죠. 일명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이었어요. 저도 어릴 적 아주 어려운 가운데 살았던 터라 그 학생의 어려움을 쉽게 넘길수가 없었죠. 그래서 제가 의견서를 쓰고 여기저기 찾아가 설득해 그 아버지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어요. 그러면서 지역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작된 하 전 국장의 돼지저금통은 1년 동안 꾸준히 동전을 채워 12월이 되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사회복지과나 지인들을 통해 대상을 찾았고 그 모금액은 이웃들의 쌀이나 학비가 되곤 했다.


그러던 저금통이 그가 퇴직을 한 다음해인 2008년부터 본 신문사로 전달되었다. 숨어서 이웃을 돕고 싶어 하던 그가 굳이 저금통을 신문사로 보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부디 이러한 미담이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이 불우이웃돕기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그래서 보내는 날짜도 이웃돕기성금이 꼭 필요한 12월 초이다. 12월 한 달 동안 부디 많은 성금이 모이길 바라는 심경의 표현이다. 

 
“오늘 병원에 다녀올 일이 있었어요. 치료비가 4만6,000원이 나왔더군요. 5만원을 주니 4,000원을 남겨 줘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저금통에 넣었어요. 넉넉하지 않더라도 작은 금액을 모으면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부자가 아니어도 작은 마음을 모아 충분히 이웃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자들도 더 많이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미국의 워런버핏과 빌게이츠가 보여주는 사회 환원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기업과 부호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 전 국장과의 대화와 제스쳐에는 와일드하고 터프한 일면이 엿보였다. 그러나 그가 이야기 하는 대화의 내용은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로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는 살아서 움직이는 동안에는 계속 돼지 저금통 모금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초 저금통을 신문사에 보내고 나면 바로 돌아서서 문구점으로 향한다고 한다. 돼지 저금통을 사기 위해서다. 올해는 문구점 주인이 황금 돼지저금통을 권했다고 한다. 그 저금통은 올 12월 초가 되면 또 어김없이 신문사로 배달될 것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불우이웃 돕기에 동참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정선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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