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천 시

설 풍경, 영천장 뻥튀기

영천시민신문기자 2016. 1. 29. 17:00
반응형



                            설 풍경, 영천장 뻥튀기



설날을 2주 정도 남겨두고 있다. 명절 차례상을 준비해야할 주부들은 벌써부터 음식 준비를 서두른다. 설 음식 중 엿콩(강정의 경상도 사투리)이나 약과는 보통 한달전부터 준비하는데 아직 설 대목이 닥치지 않은 영천공설시장에도 엿콩을 만드는 몇몇 집은 복잡한 명절 대목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엿콩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에 꼭 거쳐야 하는 집이 있다. 바로 뻥튀기 집이다. 뻥튀기를 튀기는 곳에는 한달 전부터 서서히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다. 22일 장날을 맞은 영천공설시장에는 엿콩을 만들기 위해 뻥튀기를 튀기는 소리가 뻥!뻥!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가 아직 오르지 않은 시장의 명절 분위기를 서서히 무르익게 하고 있었다.

설 대목 맞은 뻥튀기 가게
30년 동안 전통시장 지켜


영천공설시장 좁은 골목에는 30년동안 뻥튀기를 튀겨왔다는 김시홍(62)·김종순(62) 부부가 아침부터 부산하게 손님들을 받고 있다. 아내 종순씨가 뻥튀기할 쌀과 콩 등을 받는 뒤치닥거리를 해주면 남편 김씨는 3개의 뻥튀기 기계에 돌아가며 뻥튀기를 튀겨낸다. 이곳은 뻥튀기만 튀겨가는 곳으로 다 튀겨진 뻥튀기는 다시 엿콩집으로 들고가 엿콩을 만들어야만 한다. 부부가 바쁘게 손을 놀리는 사이사이 뻥튀기를 튀기며 30년을 살아온 그들의 삶에 대해 짧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사람좋은 김 씨는 3대의 뻥튀기 기계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이런저런 물음에 인정어린 목소리로 답변해주었다.


김시홍씨가 영천장 가게에서 뻥튀기를 돌리고 있다



- 올 명절 뻥튀기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한달 정도서부터 했지”
- 보통 언제까지 해요?
“(지금은 많이 없고) 한 27일 되믄 많이 바쁠끼라, 강정을 먼저 하누마. 2월 2일장 지나믄 머 뻥튀기는 대충 끝나지.”
- 바쁠때는 얼마나 튀기나요?
“요새는 많이 적데요. 지금은 옛날의 반지도 못해요.”
- 아주 많을 때는 어땠는데요?
“많을 때는 밤새미(밤을 세는것) 했지. 그래도 다 몬했어. 하다가 지치믄 내삐러쁠고(그만두고) 그 다음날 하고 그랬는데 요새는 그렇게 (많이) 안하누마. 장날 아침에만 바글바글 거리고, 요새사 째매마 하이 머(웃음)”
- 뻥튀기 종류는 어떤 것이 있어요?
“땅콩, 파란콩, 노란콩, 찐쌀, 껌정쌀, 좁쌀 등등 곡식은 다 하누마.”
- 이거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30년도 넘어꾸마. 요기 시장 안에만 뱅뱅 돌았어”
- 30년 전과 달라진게 있나요?
“30년 전에는 나무 여가지고(넣어서) 손가(손으로) 돌렸구마. 지금은 가스로 때고 마카(전부) 벨트 걸어가 지대로(자동으로) 돌아가니까 수월한기라. 옛날에는 나무 하나씩 줘여 가면서 전부다 이래가(이렇게 손을 돌리며) 돌렸는기라. 얼굴 시커머이 해가지고 이빨만 하얫지 뭐. 저녁답 되먼 새카아미 그켔지.”



- 30년이면 단골도 많으시겠네요?
“많지. 근데 30년 전에 오던 할매들은 인자 대부분 다 돌아가셨지 머.”
- 튀겨주는 가격은 얼마예요?
“한되 3,500원. 설 쇠도 매일은 안해도 장날마다 하누마. 장날에는 사람이 많거든. 설 쇠고나믄 점빵 피나 놓고 매일 하는집도 있는데 나는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장날만 하구마. 전에는 식당도 하고 뻥튀기도 하고 농사도 짓고 했는데 안돼가 식당은 치아뿌리고(그만두고) 이거(뻥튀기)하고 농사짓고 그래 하누마”
- 수입은 어떠세요?
“밥은 묵고 사는데, (웃음) 돈 모은다는건 거짓말이지. 돈 벌꺼는 머 있는교, 묵고 살믄 딱 맞지.”



- 터트릴때 소리가 시끄러운데 귀는 괜찮으신가요?
“오래 해나노이 요 귀가 웅웅거려. 터줄때 힘쓰이 손 마디도 관절 생기고 팔뚝도 아프고. 그래서 요즘 병원에 자주 가누마. 주사 맞으러. 열 때 진동따문에 관절이 운다카이.”
-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거의 10분안에 다 나오누마. 기계마다 계기판이 붙어 있는데 시계하고 비슷해. 압이 자꾸 차면은 더 이상 차믄 안되거든. 그럼 터주면은 되누마. 5분만에 터자야 되는게 있고 10분만에 터자야 되는 것이 있거든. 최소한 7분, 8분 안에 터자야 되니까 잘 봐야돼. 시간 지나뿌리면은 안돼.”
- 특별히 기술이 있어야 돼요?
“없어도 되는데 손 열을 잘 맞차야 돼. 앞에 고무가 되가 있어가지고 위험하지는 않지만 제 시간이 꺼내야 돼구마.”
- 장날이라 사람이 많겠네요?
“요새는 사람들이 장날이라가 (사람이 많이 밀릴까봐) 겁을 내가 안가져 온다카이”
- 뻥튀기 해서 생계는 되셨어요?
“그렇지. 이거해가 우리 아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먹고, 살고, 집사고, 논사고… (웃음) 30년 전에는 바빠가 밤새미를 해도 다 못튀겨 줘가 몬했는데 지금은 그런게 없어. 그때는 뻥튀기 집도 맣았는데 지금은 6개 밖에 안돼. 이게 또 일이 힘들잖아.”



- 명절이 끝나면 한가하겠네요?
“명절때만큼은 아니지만 평소에도 일이 많어. 우엉, 여주, 두충, 오가피 같은거 하고, 연뿌리, 약초, 둥굴레 같은 거 볶아달라고 하구마. 오차종류를 많이 하지. 뻥튀기는 별로 없고.”
김씨 부부와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시장 중심에 기존에 보던 뻥튀기와는 전혀 다른 기계로 뻥튀기를 튀기는 집이 있었다. 올해로 뻥튀기를 한지 20년이 됐다는 박해규(58) 씨의 세련된 뻥튀기 기계에서도 뻥! 하는 굉음과 함게 막 튀밥이 튀겨져 나오는 중이었다. 뻥튀기 기계 옆에는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포장을 친 대기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 와 이건 신기하네요? 신형 뻥튀기 기계인가요?
“예. 이거 덮어가지고 하면 방음효과도 있고 날라가는 것도 없어요”
- 신형 뻥튀기 기계는 어디서 사나요?
“기계 바꾼지 3년 됐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주문제작 해요.”
- 바쁠때는 몇시까지 하세요?
“지금은 설 대목이어서 엿콩하러 많이 와서 튀겨가요, 바쁠때는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 튀겨야 되서 바쁘지요.”




명절 대목을 맞아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발걸음이 많아지길 기대하지만 요즘은 뻥튀기를 튀기려는 손님조차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연신 뻥!뻥! 거리며 터지는 뻥튀기 소리를 들으니 고유의 명절 설의 흥겨움이 되살아나는듯 했다.


오랫동안 우리의 전통시장을 지키며 명절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던 뻥튀기, 그 낡고 오래된 추억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최은하 기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