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 신뢰받는 교육정책이 필요
“교육은 정답이 없다”라는 말이 자주 나오곤 한다. 그렇다. 교육백년 대계라고 하듯이 교육의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인내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 수학문제처럼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누구나 교육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으며,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하나쯤은 제시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교육정책(특히 대학입시정책)만큼 큰 틀을 자주 바꾼 정책도 드물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의 학교에서도 교육정책의 이행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을 오르는 형국이다. 그래도 교육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기에 변화하는 교육정책에 맞춰 다함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영천은 포은 정몽주 선생, 노계 박인로 선생의 정신을 이어 받은 고장답게 행정기관, 교육기관, 학부모, 학교 등 지역사회 전체가 교육에 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렇듯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야말로 명품교육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훌륭한 토양이 된다. 우리 지역이 명품교육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두 차례의 저인망을 피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차례 저인망 중 첫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지역의 우수한 인재가 외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교육정책의 모순 중의 하나이지만 초·중·고 12년의 최대목표를 명문대학 또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두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타 지역의 명문고등학교를 찾지만 우리 지역의 고등학교들도 명문대학에 합격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수시입시제도가 핵심 키워드이다. 2015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로 대학을 진학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교육부에서도 70%선을 유지하려는 것이 입시정책의 목표이다. 그렇지만 지역의 초·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아직도 타 지역의 명문 고등학교를 가야만 명문대를 갈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정시중심적 생각이다. 이제는 생각의 틀을 깨야만 한다. 다양한 입학사정관제에 적응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대학입시제도를 알아야 한다. 올해 초 우리 시에서 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로 선택을 위한 입시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행사이다. 이제는 초등학교까지 입시설명회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그리하여 변화된 대입제도에 맞게 초·중등교육을 받아 우수대학에 진학하려는 생각을 할 때 지역의 우수인재들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 지역의 교육 여건이 달라진다면 역으로 외부의 인재를 영천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야할 저인망의 두 번째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 외에 내 자식은 한 가지라도 더 무언가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사교육을 찾게 되는데, 어렵겠지만 학교를 믿고 학교에서 공부한 것으로, 명문대학내지는 원하는 학과에 입학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소위 말하는 사교육은 학부모의 입장에서 안심 보험을 들어놓는다는 것 이외에는, 현행 대학입시제도나 교육 여건에서 학부모가 기대하는 것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 교육현장과 당국의 설명이다.
사교육으로 초등학교 재학생이 중학교 교과내용을 공부하면 중학교에 입학하여 나태해져 나머지 중학교교육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중학교 다니면서 고등학교 내용을 미리 공부하면, 대학진학에 필요한 나머지 교육과정을 이수하는데 지장을 초래한다. 이런 선행학습 선호 풍조는 우리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공부에 염증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이 꼭 필요한 부문과 대상이 있음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예체능을 신장한다든지 부진한 교과의 보충 같은 것이 바로 사교육이 가진 순기능적 역할이다.
공교육의 주체인 지역의 초·중·고등학교도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변화된 교육정책, 바뀐 대학입시제도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는데 전력투구해야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저인망을 피하면 영천이 명품교육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할 때가 되었다.
강문순 전 영덕교육장(학교법인 성남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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