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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돌진해오면 … 시선 고정하고 방아쇠 당기죠

영천시민신문기자 2014. 10.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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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돌진해오면 … 시선 고정하고 방아쇠 당기죠

현대판 포수, 유해조수구제단

멧돼지로 인한 피해 민원 접수

 

 

고경면사무소에 민가에 내려온 멧돼지를 잡아달라는 민원이 발생했다. 고경면사무소 박선동 담당자는 민원이 발생한 고도리 깊숙한 산 아랫동네에 당도했다. 마침 전날 멧돼지 출몰로 피해를 호소한 박잠태(60ㆍ여)씨도 나와있었다. 자신들의 농지에 출몰해 쑥대밭을 만들고 도망친 멧돼지에 대한 주민들의 고변이 이어졌다. 하루빨리 멧돼지를 잡아달라는 한 농부의 요청이 간절했다. 담당자는 곧장 해당지역 유해조수구제단의 출동을 요청했다.

 


사냥개(라이카)를 대동한 유해조수구제단이 현장에 도착했다. 30년 경력의 안경호(49ㆍ오수동)씨와 정화용(70ㆍ임고면), 황충원(73ㆍ오수동)씨 등 4명의 유해조수구제단은 도착하자마다 멧돼지의 발자국을 먼저 조사했다. 사나운 산짐승들을 대적해야 하는 현대판 포수 유해조수구제단의 모습은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조사결과 신고지의 왼쪽 산에서는 멧돼지의 발자국이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른편 포도밭은 멧돼지의 공격으로 포도나무 하나가 뿌리까지 뽑혀 있었다. 주민 이활유(62)씨는 어제도 멧돼지 새끼와 맞닥뜨렸노라 증언했다. 신중한 조사와 회의를 마친 후 마침내 멧돼지 사냥을 위한 입산이 결정되었다.

 

- 유해조수구제단의 활동

 

사냥을 위해서는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수㎞를 들어가 입산 위치에 도착했고 묶여있던 사냥개들의 봉인이 풀렸다. 오랜 사냥으로 단련된 사냥개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가올 사냥의 순간을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있던 터였다. 사냥개들이 활보하자 일대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냥개들은 날카로운 수렵의 본능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보호하고 따르는 것에 잘 길들여진 순한 종들이었다.
“라이카는 전문 사냥개로 시베리아가 고향입니다. 산에 올라가면 목표물을 맹렬하게 쫓아가 포위한 뒤 사냥꾼의 사정거리 안으로 몰아주죠. 그때 사냥꾼과 멧돼지의 일대일 승부가 시작됩니다. 멧돼지가 사냥꾼을 향해 돌진하면 어지간한 담력으로는 감당이 안되죠. 하지만 끝까지 시선을 고정한 채 방아쇠를 당겨야 합니다.”

 


드디어 입산. 두 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진 양쪽 숲으로 각 한명씩, 두 명의 포수가 진입했다. 포수를 따라 사냥개들이 경사진 산을 순식간에 타고 올랐다. 고경면사무소의 박선동씨도 사냥꾼들의 뒤를 따랐다. 나머지 사람들은 사냥꾼들과 무전연락을 하며 그들의 동선을 따라 함께 움직였다.


탐색을 마치고 하산하는 사냥개들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신속하게 다시 태워야만 한다. 방치된 개들은 본능적으로 민가의 개를 사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냥팀의 동선과 같은 방향으로 차 한 대가 늘 함께 이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한 이유로 전문 구제단인 안경호씨의 출동에는 그의 장인인 황충원씨가 항상 동행해 왔다.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지속된 이들의 동행은 구제단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스토리가 된지 오래이다. 오늘 처음 구제단과 함께 산에 오른 고경면의 박선동 담당자는 엄청난 이동속도와 거리로 인해 거의 탈진한 상태로 하산했다.


그날 사냥의 결과는 실패였다. 인근에서 활보하던 멧돼지는 그 순간 사냥꾼의 눈에 띠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임고면에 출몰한 멧돼지는 유해조수구제단이 입산한지 10분만에 포획되었다. 덕분에 인근 주민들은 당분간 멧돼지의 출현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 구제단 위한 제도적 지원 시급

 

유해조수구제단은 각 읍면동에 1~2명씩 배치되어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접수되면 출동한다.  호랑이, 늑대 등 맹수가 사라진 산속의 최고 포식자는 멧돼지이다. 개채수가 늘어난 멧돼지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인근 마을의 논밭에 출몰해 농작물을 파헤치며 먹이를 찾는다. 겨울철마다 농민과 유해조수구제단 단원들이 산에 들어가 먹이를 뿌려놓기도 하지만 개체수가 증가해 농작물에 피해를 줄 경우에는 포획에 나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유해조수구제단 활동은 순수한 자원봉사활동입니다. 사냥을 위한 장비는 물론 그날 차량유류비와 식대도 자비로 부담하죠. 시에서는 구제활동시 발생할 위험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출동하고 있긴 하지만 출동을 위해 바로 지출되어야 하는 비용이 녹록치는 않습니다. 활동을 위한 실비라도 지원되길 오랫동안 건의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조속한 시일내에 실비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확보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  유해조수구제단 모두의 바램입니다.”


영천지역에서 활동하는 유해조수구제단은 약 20여명이다. 엽총을 사용하는 유해조수구제활동 현장은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 최근 지역에서 유해조수구제단 활동을 하던 포수가 살인진드기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져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민간을 습격한 멧돼지를 찾아 산에 오르는 유해조수구제단의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가 뒷받침 되었으면 하는 것이 구제단의 일관된 염원이다. 유해조수로 인해 위험에 처한 민간인을 돕기 위한 구제단의 활동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최은하 기자ㆍ전치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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