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공설시장에 오면 설 제수준비 끝
설을 이주일여 앞둔 영천공설시장. 제수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곧 다가올 설 대목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바지런한 종부들은 벌써부터 중요한 제수장을 보러 나서기도 한다. 미리 주문이 필요한 물품들은 지금 주문하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구, 안강, 경산, 청도 등 인근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영남 3대 시장 중 하나인 영천장으로 장보기를 나선다. 어물전에는 명절 한 달 전인 연초부터 제수를 준비하려는 손님이 드나들었다. 복잡한 대목을 피해 미리 좋은 물건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시장을 한 바퀴 돌면 제수준비가 끝나는 영천장, 제수품을 파는 상가들을 돌아보았다.
- 바삭한 엿콩(강정) 만드는 시장제과
“옛날 캉 틀리가 촌에 나많은 할매들이 없어노니 수요가 점점 쭐어요. 전에는 한달 정도 하는데 지금은 바짝 해봤자 일주일, 엿콩은 지금 다 해가 가니 우리는 설 대목이 일찍 끝납니다.”
시장 안에서 30여 년 동안 엿콩을 만들었던 시장제과의 김대연(60)씨는 설을 2주일여 앞둔 지금이 명절의 가장 큰 대목이라고 한다. 명절 2주 전부터 10일 정도 가장 손님이 많은데 하루에 물엿 10통을 다 쓸 만큼 많은 엿콩을 만든다고 한다.
엿콩을 만들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쌀, 찹쌀, 보리, 수수, 찐살 등을 뻥튀기에 튀기고, 참깨, 들깨, 콩 등을 불에 달달 볶는 일이다. 그 다음은 보글보글 끓는 엿물에 이들을 넣고 잠깐동안 젓다가 널찍한 판에 올려 밀대로 꾹꾹 누르며 식힌 다음 마름모 모양으로 잘라 완성한다.
차례상에는 엿콩이나, 약과, 유과 등의 한과가 올라가는데 영천지역에서는 주로 엿콩을 쓴다.
과자가 흔치 않았던 옛날에는 설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특별한 간식 엿콩이 아이들을 군침깨나 흘리게 했던 장본인이었다. 먹거리가 풍성해진 지금은 수요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통째로 수입되기 때문에 옛날 같은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정결하고 청정한 제수를 준비하려는 종부들은 엿콩을 만들기 위해 영천장으로 종종 발걸음을 재촉한다.
- 가래떡 뽑는 민속떡집
“떡국떡 주문은 설 20일 전부터 들어와요. 저기 쌓여있는 쌀들이 떡국떡을 주문하고 간 사람들꺼예요.”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떡집을 시작해 벌써 16년째 운영하고 있는 젊은 사장 박정진(40)씨는 오늘 주문이 들어온 가래떡을 만드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다.
요즘은 쌀을 맡겨 떡을 주문하러 오는 고객보다 포장된 떡국을 사가는 고객이 더 많다고 한다. 직접 떡을 만들고, 보는 자리에서 썰어주는 신선하고 청정한 떡국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주를 이룬다. 요즘은 대형슈퍼에서 떡국을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시장떡집에서 줄을 서는 종부들이 많다. 설 2~3일전이 가장 바쁜 시기로 그때는 하루 2가마 정도 떡국 떡을 만들어도 모자란다고 한다.
영천지역에서는 설날 새벽에 일어나 집안 어르신께 먼저 떡국 대접을 차려놓고 세배를 했다고 한다. 떡국 떡을 먼저 끓이고 그 위에 고명으로는 간장 간이 되어 있는 다진 소고기와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해 따로 구워서 채 썬 계란부침 그리고 김가루를 올렸다.
차례상에 떡국을 올리는 집도 있지만 밥을 떠 놓는 밥제사를 지내는 집도 많은데 내려오는 가풍마다 다르다고 한다. 친척들이 세배하러 올 때마다 떡국을 대접하였고 이 때문에 고명은 늘 넉넉하게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 제수용품의 만물상 영천건어물상회
차례상에 놓는 포는 대구포, 명태포, 오징어포 등이 있다. 집집마다 포의 가짓수는 다른데 외포를 쓰는 집 두포, 삼포를 쓰는 집 등 다양하다. 오징어포는 주로 영천에서 쓰는 포인데 오징어 포를 쓰지 않고 가오리나 문어포를 놓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영천장에서 30년 동안 영천건어물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손진귀(71)씨는 포의 가짓수나 종류는 집안의 쓰임과 가풍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보통 윗대에 하는 것을 며느리들이 보고 따라 놓으며 가풍이 이어져 간다고 설명한다.
영천공설시장에는 영천건어물상회를 위시하여 여러 건어물 상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선 건어물 골목이 있다. 이곳에는 제상에 쓰는 대구, 명태, 오징어 등 삼포는 물론, 삼실과인 대추, 밤, 곶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배나 사과 등을 더해 5실과를 다 팔기도 한다.
삼포, 오실과 외에도 찌짐 재료인 노가리, 쥐포, 가자미와 말린 고사리 등 건나물, 치자, 당면 등도 이곳에 오면 구입할 수 있다.
- 2대 걸쳐 돔배기 파는 만물수산
임고에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제수장을 보러 나온 정복순(58)씨는 돔배기 10꼬지와 조기 등의 생선을 한 뭉치나 샀다. 곧 돌아올 제사에 쓸 것과 설 차례상에 올릴 것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이다.
2대에 걸쳐 영천공설시장에서 어물전을 운영하고 있는 한성수(48)씨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대구, 포항, 경주, 경산, 청도, 진량, 군위, 청송 등 인접한 도시에서도 영천으로 돔배기를 사러 온다고 말한다. 영천을 기점으로 반경 40~50km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돔배기가 오르기 때문인데, 돔배기는 단연 영천돔배기를 으뜸으로 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만물수산을 위시한 영천공설시장 어물전에는 돔배기를 비롯하여, 조기, 아지, 청어, 방어, 참가재미, 문어, 새우 등 명절 차례상에 오르는 생선들을 판매하는데 최상의 품질과 덤을 얹어주는 넉넉한 인심으로 유명하다.
상어를 토막 내고 간재비가 간을 한 후 2~3개월 정도 숙성을 거친 것이 ‘돔배기’이다. ‘돔배기’란 이름은 ‘토막고기’를 뜻하는 경북지역의 사투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소금에 재워 둔 돔배기를 꼬치에 끼워 후라이팬에 익히거나 찜통에 찐 후 제사상에 올린다. 탕에 넣기도 하며 얇게 썰어 전을 붙이기도 한다.
- 7가지 전 부쳐주는 유정전집
설이 되면 고기며 떡국떡 등 기본적인 음식은 시어머니가 준비해 놓고, 도시에 사는 며느리들은 설 하루 이틀 전에 도착하여 주로 찌짐을 굽는 것으로 제사음식 장만을 대신한다. 집안에 손자들이 시끌벅적하게 뛰어다니고 며느리들이 찌짐 굽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면 명절이 도래하였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제수준비에 늦는 며느리라도 있을라치면 보통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다. 공연히 고부간 동서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며느리들의 명절증후근은 주로 이 때문에 생겨난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한 명절풍속도를 해결해주는 곳이 있다. 명절 때 쓰는 전을 꼼꼼하게 부쳐 포장해주는 영천공설시장 유정전집이 그곳이다.
13년 전부터 영천공설시장에서 전집을 운영하고 있는 유정전집의 이오숙(60)씨.
이곳에는 벌써부터 명절 때 쓸 전 주문이 들어오고 있으며 벌써 절반 이상 예약이 찬 상태라고 한다.
부추전, 고구마전, 명태전, 맛살꼬지전, 동그랑땡, 두부전, 가자미전 등 7가지 전을 주로 부쳐서 판매하고 풀세트를 주문하면 여기에 떡, 과일, 포, 유과 등을 첨가해준다. 주로 직장에 다니는 젊은 며느리들이 주문하는데 이렇게 풀세트를 해가면 집에서는 밥과 국만 끓여서 차례를 지내면 된다는 것이다. 명절때는 주문이 몰리지만 30집 이상을 해내기가 어렵다고 하니 필요한 가정에서는 빨리 주문을 해야 한다.
집안의 제사는 물론 환갑ㆍ돌잔치, 고유제, 불천위 제사, 고사 등의 음식 주문이 많다. 전과 제사음식 주문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영 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할머니께 내가 만든 복주머니 선물할거예요 (0) | 2014.01.20 |
---|---|
농민위한 집행절차 일원화 추진 (0) | 2014.01.20 |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사업 우수 기관표창 (0) | 2014.01.18 |
북안면 청년회 사랑의 국수 전달 (0) | 2014.01.17 |
영천시민회관 기획공연 영화프로그램 시민문화행복지수 업 (0) | 2014.01.17 |